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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ming/하루 일기

30대 비전공자에서 해외 개발자가 되기까지 - 유니콘 (5)

by peter paak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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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무신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남들에게 별일 아닐 수 있겠지만

무신사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유니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 큰 의미였다

 

면접

무신사 입사하기 전까지 수많은 이력서를 제출하여 총 20개의 면접, 3번의 최종면접을 보았고

NHN, 삼쩜삼, 무신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1. 기술면접

무신사의 기술면접은 기술자체 보다는

트레이드 오프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해야 했었다

 

당시 면접관이었던 팀장님께서 날카로운 질문을 계속 던지셨는데

미처 고민을 해보지 못했던 부분도 있어서 많이 당황했었다

 

지금이야 팀장님에 대해 잘 알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화가 많은 사람인줄 알았다 (사랑합니다)

 

기술에 대한 지식이야 공부를 많이 하면 그만이지만,

트레이드 오프는 이야기가 다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기술이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고, 

다른 기술에 비해 왜 적합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을

실제 겪어보고 평소에 고민하지 않으면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많았다

 

2. 인성면접

인성면접도 상황은 비슷했다

 

임원분과 1대1 면접으로 이루어졌는데,

정말 꼬리질문 + 압박면접의 끝판왕 같은 인터뷰였다

나쁜 의미라기 보다 왜 그런 생각을 했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등

내가 정말 그 일을 했는지 확인해보는 자리 같았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해온 일들에 대해 깊이있게 물어봐준다는게 정말 기뻤다

왜냐면 그렇게 많은 고민을 했는데 정작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 아쉬울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면서도 정리하는 시간도 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기술적으로 실력이 좋은 분들이 계신 무신사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데이터플랫폼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해롯 프로젝트

무신사에서 가장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해롯이었다

 

해롯은 런던의 오래된 백화점인데,

백화점 처럼 개발자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골라 쉽게 API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였다

 

우리 팀은 무신사의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기에 

데이터로 문제를 해결하기 매우 적합한 팀이었다

 

아이디어는 팀장님이 "이런거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에서 시작되었고

나를 사내추천해준 동료분과 함께 2명이서 개발하기 시작했다

 

계기는 무신사가 MS 환경에서 데이터베이스 분리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산된 DB가 이팀 저팀 산재되면 API를 개발할 때마다 데이터가 어디있는지 찾아야되었고

데이터를 병합할 때마다 배치 개발을 따로 해야되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특정 아이템의 성별, 연령별 판매 통계 API를 개발하려면

성별, 연령, 아이템, 판매량 DB를 뒤져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 찾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해당 데이터의 API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개발해달라고 하고 마냥 기다리거나 DB를 직접 찔러야한다

 

또한 매번 API를 개발할 때마다 aggregation 배치 작업을 해줘야 했다

스프링배치라면 배치 프로젝트를 생성하고, 인프라 구축하고, 배포하고, 테스트, 성능 테스트, 운영 등등 

일련의 단순 반복 작업을 비슷한 API를 개발하는 팀마다 모두해야 했다.

 

이는 짧으면 몇주, 보통은 몇달이 걸리는 작업이 었고

이를 몇 시간만에 해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8월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12월에 마무리 되었다

연말에 회사에서 연말 테크 새미나를 했는데,

그때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었다

 

사실 프로젝트를 개발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데

이 새미나 이후에 4팀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느낀점이 개발 하고 운영하는 것이 끝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제품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영업의 과정도 중요하다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명확히 하면서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발표 이후 굉장히 긍정적인 피드백들을 많이 받았는데

만약 직접. 개발한다면 몇개월이 걸렸을 일을 몇시간만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이 프로젝트 이후, 개발의 관점을 많이 바꾸게 되었는데

문제를 자체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을 고민하는 것,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퇴사

 

예전부터 해외취업이 목표였다

 

처음 글에서 언급했지만, 미국을 가기 위해 개발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과 코로나 이후부터는 미국 시장은 아에 포기했고

영국, 호주, 독일을 주로 보고 있었다

 

링크드인을 통해 헤드헌터로 부터 연락을 받기도 하고

회사 리쿠르터들로 부터 오퍼를 받기도 했다

몇차례 면접 기회도 얻었지만 최종까지 가지는 못했다

 

그 와중에 무신사에 입사했던 것이다

 

무신사에 입사한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해외취업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간간히 리쿠르터나 헤드헌터를 통해오는 연락을 받으면 경험삼아 인터뷰를 보기도 했다

 

해롯 발표 즈음에, 베를린의 꽤 규모가 있는 회사와 면접을 보게되었고

총 3차례 면접을 통해 최종합격하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새해가 지났을 때 현재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혀야 했었다

 

보통 퇴사를 하면 홀가분하게 퇴사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힘든 퇴사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즐겁게 일한다 라는 느낌이 뭔지 몰랐다

그냥 출근하고 해야할 일을 하고 필요하면 야근하는 그런 삶을 살았다

이런말 하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 생활이 정말 재미있었다

아니 행복에 가깝다고 표현해야 될 것 같다

 

팀은 팀을 이끄는 사람에 의해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팀장님은 팀원들이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도록 고민을 많이했다.

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가져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도록 잘 가이드 해주셨다

그 기반은 그분이 그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팀 팀원분들도 정말 좋은 분들이셨는데

11명의 팀원 모두 정말 실력과 성격이 훌륭하였고, 조용히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그런 팀이었다

너무 겸손하고 착한 분들이라 회사에서 농담하고 장난치는게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독일 회사에 합격하긴 했지만 별로 회사를 떠나고 싶지가 않았다.

 

결정적으로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회사가 내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삶과 회사는 별개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꿈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갖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전에 다양한 경험들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고

해외취업은 그중에 하나였다

 

말도 안되는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중요했다

(물론 미국취업에 의한 관성도 작용하고 있었다)

 

송별회

2개월이라는 기간동안 고민 끝에, 퇴사 통보를 했다

 

사실 말하기 전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만

팀장님은 쿨하게 "나같으면 가겠다"라고 말씀해주셨고

그 이후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나의 도전을 응원해주는 것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이후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 송별회까지 했다

팀원들과 얘기할 때마다 이런 팀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백만번하면서도

정말 좋은 팀에서 일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2024년 2월 26일 

짧은 출국 준비를 마치고 독일로 출국했다

 

- 30대 비전공자에서 해외 개발자가 되기까지 - 독일 회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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