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서비스 회사는 나의 상상과 전혀 달랐다.
서비스 회사 - 백두혈통
입사 첫날 출근한 사무실의 분위기는 매우 쳐져있었다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CTO가 간단하게 코드를 설명해주며 하루가 끝났다
다음날 출근을 하니 CTO 자리가 비어있었다
퇴사한 것이었다.
CTO가 퇴사하는 자리를 채울 개발자를 찾고 있었고,
그게 바로 나였다
아직도 왜 CTO 대신 초보 개발자를 채용했는지 의문이긴하다
아마 나처럼 바보같은 생각을 가지고 지원한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알고보니 대기업에서 정년 퇴직하고 사업을 차려 중견기업으로 만든 아버지가
자식에게 작은 자회사를 물려준 회사였고
회사를 운영해본적 없는 대표는 아버지가 제안한 아이디어와 투자금액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며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좋좋소에서나 보던 백두혈통 회사였던 것이다
회사의 서비스는 만들어만 놓았지 사용자가 전무했고
마케팅도 하지 않아서 그냥 토이 프로젝트에 지나지 않았다.
거의 3개월 동안 일이 없었고
맨날 자리에 앉아 면접 준비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나 뒤적이고 있었다.
심지어 중간에 한번 퇴사를 하고 다른 작은 회사로 입사했다
입사 첫날 백엔드 포지션인 줄 알았지만 angular를 react로 마이그래이션을 요구하였고
학자금을 갚느라 모아둔 돈이 없던 나는 다음날 원래 회사로 복귀하게 되었다
퇴사한다 했을 때 말리던 회사로 다시 돌아가는 심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후 2개월 동안 회사를 탈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했다
그 당시 자신감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고
대기업이나 흔히 말하는 네카라쿠배는 상상조차 못했다
알고리즘 실력이 터무니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6개월의 국비교육을 받는 내 실력이
실무경험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5개월 동안의 기간이 물경력이라는 사실이 더욱 취업의 눈을 낮추게 만들었다.
그래도 SI는 절대 가기 싫었고, 자체 서비스가 있는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는 반복하기 싫었고,
규모는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 중 작은 네비게이션 회사가 여행 서비스를 런칭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명 서비스 회사의 CTO 출신이 있다는 것, 자바와 스프링을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경력이 없었던 나를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게 해주겠다는 점에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서비스 회사 - 여행 서비스
회사는 가산 디지털 단지에 있는 네비게이션 회사였다
IT 붐이 일어날 당시에 직원이 100명 정도 있는 중소기업이었지만
지금은 20명 남짓 남은 작은 회사가 되었다
(다들 젠틀하고 성격이 좋으셔서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다)
네비게이션 솔루션만으로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회사가 개발하고 있던 것은 여행 경로 탐색 서비스였다
자체 경로 탐색 솔루션이 있었기 때문에 큰 예산없이 개발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서비스 개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배운 몇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1. 본인들에게 완벽한 서비스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면서 불필요한 기능들이 붙게 된다
원래는 경로만 탐색해주는 기능만 있었지만, 타 여행앱과 비교해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고,
불안감을 느낀 대표는 계속 기능들을 요구해 나갔다.
주변 맛집, 주변 사람들과 화상통화, 주변 검색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개발 복잡도는 끊임없이 증가하게 되었다
사실 해당 기능들은 사용자가 원하는지 조차 모르는 기능들이다
그냥 본인들이 "사용자는 이 기능을 원할거야" 라는 뇌피셜로 추가한 기능이었고
심지어 해당 기능이 정말 필요했는지 여부를 검증하지 않았다
추가하는 도중에 생기는 마찰들과, 증가한 복잡도 덕분에
개발 기간만 꾸준히 증가하는 결과만 낳게 되었다
2. 가설검증
비슷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아닌지를
검증하지 않은채 개발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경로를 탐색하는 기능은 트리플이나 구글 지도에 모두 제공하고 있는 기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경쟁사 분석은 거의 없었고,
항상 가설은 세우지만 실제로 검증하지 않은채 개발을 이어 나갔다.
검증되지 않는 가설은 뇌피셜에 불가하기애 본인말이 다 맞을 수 밖에 없다
유일한 검증은 서비스가 런칭되어 시장의 찬바람을 맞고 정신차리는 시점 뿐이다
이미 회사의 시간과 자금을 다 소비한 시점이다.
3. 타이밍
결정적으로 실패한 이유는 코로나가 터졌기 때문이다
1년의 개발 기간동안, 4명의 개발자 리소스를 사용했는데
코로나가 터져 검증도 하지 못한채 사업을 접게 되었다.
거의 몇천만원의 손해만 남기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다
사업을 접게 되자 내가 할 일이 없게 되었고
회사에서 진행중이던 SI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서비스 회사 - SI 생활
기억에 남는 것은 원주 출장이었다
한 공기업에 지도 경로 탐색 솔루션을 담당했는데,
내가 하는 일은 지도 이미지와 만들어진 솔루션을 업데이트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냥 원격으로 작업하면 30분이면 끝날 일을
왕복 4시간 거리를 2명이서 운행하여 작업해야 했다
(공공기업 SI가 이래서 힘들다... 원격이 안된다...)
문제는 업데이트를 했을 때 발생하는 사이드 이펙트인데
단순 작업을 하러간 나에게 나도 알지못하는 이슈에 대한 모든 책임이 쏟아졌다
누가 개발한지도 모르고, 인수인계나 문서도 없었기에,
본사에 전화로 물어보고 혼자 밤새며 원인을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쩔때는 호텔에 묵으며 다음날 새벽까지 원인분석을 했고
그나마도 서버를 건드릴 수 없는 시간이 따로 있어서, 그 시간 동안은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호텔에 묵으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SI 생활에 지친 나는 다른 회사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이제는 스타트업 회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시 나의 기준은 명확했는데, 아래와 같다
1. 자체 서비스를 가진 회사
2. 서비스로 수익을 얻고 있는 회사
3.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는 회사
4.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회사
사실 자금이 없는 회사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대부분의 큰 작업은 CTO분이 하셨고, 책임이 적은 일을 내가 주로 했었기 때문이다
원티드와 로켓펀치 등에서 위와 같은 회사를 찾아보았고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AI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 30대 비전공자에서 해외 개발자가 되기까지 - 스타트업 (4)
- 30대 비전공자에서 해외 개발자가 되기까지 - 유니콘 (5)
- 30대 비전공자에서 해외 개발자가 되기까지 - 독일 회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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